[두 남자의 데이트 코스]"개나리가 예뻐, 내가 예뻐?"

2019-11-04 0

드디어 서울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개나리는 진달래와 함께 먼저 봄을 알리며 상춘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개나리를 여유롭게 감상하며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두 남자가 추천하는 곳이 바로 서울 성동구에 있는 '응봉산과 서울숲'.

활짝 핀 개나리를 배경으로 예쁜 커플 사진도 찍고, 가볍게 산책하면서 여유로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데이트 코스다.

4월 초. 서울 강변북로를 달리다 성동구 응봉동 부근을 지나노라면 중앙선 응봉역 북쪽으로 개나리로 샛노랗게 뒤덮힌 산을 볼 수 있다. 도심 가운데에 그리 높지 않게 자리 잡고 있는 이 산은 해마다 봄이면 사진 작가들이 한 번쯤 출사한다는 응봉산(鷹峯山)이다.

응봉산은 바위로 이뤄진 돌산으로 매의 형상의 닮아 과거엔 매봉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봄이 되면 '개나리산'으로 바뀌는 게 응봉산의 매력이다.

응봉역에서 정상인 팔각정까지 30분이면 무난히 걸어 오를 수 있고, 자동차로도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차량으로 정상까지 가는 길은 도로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한 편이다. 또 산 정상의 주차 공간도 그리 넓지 않으니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겠다. 산 정상의 팔각정에 서면 서울 전역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어 가슴이 트인다.

응봉산이 결코 험하진 않지만 나무계단들이 있어 여성이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오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자동차로 오르기 보다는 예쁘게 핀 개나리 사이로 난 길을 걸어서 정상으로 가는 편을 택한다면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다. 산 정상에 아리수 식수원이 있지만 물을 챙겨 가면 도란 도란 얘기하며 오르다 갈증을 느끼게 된 데이트 상대를 배려해 줄 수 있겠다.

응봉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먼저 한남동에서 출발하면 개나리 사이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게 된다. 응봉역에서 가자면 자동차 도로를 따라 정상 아래까지 간 뒤 계단길을 이용해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그리고 행당동 아파트 단지의 샛길과 금호동 방향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이용해 산을 오를 수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개나리는 눈으로 감상만 하기 보다는 연인과 함께 사진에 담아야 제 맛이다. 응봉산을 오르다 보면 개나리를 배경 삼은 장면을 담으려는 연인들의 분투를 쉽게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다정한 모습으로 '셀카'를 찍어도 좋겠지만 이 곳엔 출사 나온 전문 사진가들이 많으므로 '전문가 포스를 내뿜는' 등산객에게 촬영을 부탁하면 기대 이상으로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는 전문가들이 풍경을 담는 지점들이 있다. '전문가'들의 동선을 눈여겨 보면서 이런 곳은 놓치지 말고 들러 사진을 남겨 두자. 특히 산 아래로 강을 끼고 달리는 열차와 함께 풍경 사진을 찍으면 금상첨화. 또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서울 강남 시가지의 불빛이 한눈에 담기는 야경은 카메라 셔터속도만 낮춰서 찍으면 어느 곳을 찍어도 그림이 된다.

응봉산 북동쪽 기슭에 인공암벽이 설치된 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소 암벽등반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도전해 새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등반 전 준비운동과 안전교육은 필수.

응봉역에서 뚝섬방향으로 20분 가량 걸어가면 '뉴욕 센트럴파크'나 '영국 하이드파크'에 버금가는 '서울숲'이 있다. 서울숲 안엔 다양한 주제의 공원과 시설이 준비돼 있어 응봉산 나들이후에 이 곳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이 곳에는 특이하게 파스타를 테이크 아웃 해주는 식당이 있으니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이용해 볼만 하다.

벚꽃과 함께 일 년에 한 번, 그것도 아주 짧게 즐길 수밖에 없는 응봉산 개나리 데이트는 4월 초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는 4월 12일부터 '응봉산 개나리 축제'가 시작되면서 개나리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니 이 코스를 가보려면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내레이션 : 강종민]